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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영화 후기 – 기대보다 아쉬웠던 스핀오프, 솔직 리뷰

by 블립정보 202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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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의식에 대한 공포와 종교적 관점 미스터리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문동은이 수녀가 됐다고? <검은 수녀들> 리뷰

영화 <검은 수녀들>은 내가 좋아했던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라고 해서 기대하면서 봤다. 원작에서는 신부들이 중심이었는데 이번에는 수녀들이 주인공이라 좀 신선하게 느껴졌다. 송혜교와 전여빈이 주연이라는 것도 기대를 키웠다. 배우 둘 다 연기력 탄탄한 데다 오컬트 장르에서는 보기 힘든 조합이라 더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면서 좀 당황스러웠다.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수녀는 어딘가 익숙했다. 바로 드라마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계속 겹쳐 보였다. 표정이나 말투가 비슷해서 그런지, 자꾸 그 이미지가 떠오르더라.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진지하게 흘러가야 할 타이밍에도 몰입이 잘 안 됐다. 복수를 끝낸 문동은이 갑자기 수녀가 돼서 악령이랑 싸우는 느낌이랄까.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들기 힘들었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웠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녀들이 고군분투한다는 설정도 좋았고, 초반엔 분위기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중력이 좀 떨어졌다. 유니아 수녀와 이수영 수녀, 이 둘만 중심에 두고 갔어도 긴장감 있는 전개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자꾸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끼어들면서 산만해졌다.
특히 효원보살이랑 애동 캐릭터는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 강했다. 그들의 서사가 나름 의미 있는 건 알겠지만, 본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 채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이 이야기는 왜 갑자기 나오는 거지?' 싶을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 잦았다. 만약 그 인물들을 살리려면 아예 각본 단계에서부터 조금 더 유기적으로 묶어줬어야 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오컬트 영화라면 무서움, 긴장감, 불쾌함 같은 감정이 밀도 있게 쌓여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초반에는 꽤 괜찮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악령 등장 장면이 너무 반복되면서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긴장감이 터지기 전에 식어버리는 느낌이랄까. <검은 사제들>을 생각하고 간 사람이라면 ‘같은 세계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스토리 연결이다. 효원보살과 애동 이야기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영화가 휘청거렸다. 소년 최희재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이야기 속에 이들 캐릭터가 갑자기 들어오는데, 맥락 없이 끼워 넣은 것 같았다. 본 줄기를 따라가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다른 이야기들이 나와서 집중이 흐트러지는 느낌이랄까. 만약 캐릭터를 줄이고, 메인 사건을 더 밀도 있게 다뤘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흠잡기 어려웠다. 송혜교는 유니아 수녀라는 캐릭터를 절제된 연기로 잘 그려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눈빛과 표정으로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전여빈도 마찬가지였다. 이수영 수녀라는 캐릭터에 섬세한 감정을 입히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몰입도가 확 올라갔다.
 
조연 배우들도 존재감이 뚜렷했다. 바오로 신부를 연기한 이진욱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허준호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나올 때마다 영화 전체 분위기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출이나 편집이 그 감정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감정이 폭발해야 할 장면에서 카메라 워크나 음악이 힘을 못 실어주다 보니 감정이 살짝 끊기는 순간들이 있었다. 배우들이 애써 쌓은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게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검은 수녀들>은 분명 흥미로운 시도였다. 수녀들을 중심에 세운 오컬트라는 설정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고, 공포나 긴장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 <검은 사제들>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기대를 안 할 수 없었을 텐데, 그 기대가 다 충족되진 못한 느낌이다.
그래도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송혜교와 전여빈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다면 더더욱. 단, 큰 기대보다는 ‘이런 시도도 있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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