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긴 바다 위 지옥이다" – 영화 <늑대사냥> 리뷰
처음엔 그냥 잔인한 탈옥 영화인 줄 알았다. 배 안에서 범죄자들이 폭주하고, 경찰들이 무력하게 무너지는, 그런 류의 한국형 스릴러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 <늑대사냥>. 중반부터 아예 다른 영화가 되어버린다. 말 그대로 미쳐버린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흉악범들을 이송하는데, 비행기가 아닌 배를 쓴다. 이유? 항공 수송이 불가능해졌고 언론 노출도 피하고 싶어서. 그래서 사람들은 모른다. 바다 한가운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근데 그 배 안에는, 그냥 범죄자들만 탄 게 아니다. 인간이 만든, 인간이 감당 못할 무언가도 함께 실려 있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죄수들은 대부분 개성과 폭력성을 한가득 안고 있었고, 경찰들은 그들을 감시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런데 그 긴장감이 오래가지 않는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인국이 연기한 '박종두'가 폭주를 시작한다. 와… 진짜 미친 캐릭터다. 금발 머리, 날 선 눈빛, 피에 취한 듯한 잔인함. 칼이든 총이든 뭐든 손에 쥐는 순간 그냥 학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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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동윤이 맡은 '이도일'. 처음엔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중반 이후 완전히 얼굴이 바뀐다. 캐릭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얘 뭐지?' 싶더니, 결국 그 모든 폭력의 핵심 축에 서게 된다. 근데 말이야, 진짜 미친 건 그다음부터다.
그 배 안 어딘가에 봉인된 존재, 바로 '알파'(최귀화)가 깨어나면서 영화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다. 단순한 범죄자들의 싸움이 아니다. 이건… 생존 게임도 아니고,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전쟁이다. 그냥 육체가 파괴되고 피가 튀는 정도가 아니라, 몸이 찢기고 터지고 짓뭉개지는 수준이다. 솔직히 말해 몇 장면은 눈 돌리고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그런데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그게 문제다. 불쾌한데, 끌린다.
알파는 실험체다. 인간이 만든 괴물이고, 그걸 군용으로 쓰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배는, 그런 '실험의 부산물'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이동 실험실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섭다. 이 배는 단순한 배가 아니다. 국가의 검은 이면이자, 통제의 실패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서인국의 종두, 장동윤의 도일, 그리고 알파. 이 셋이 중심축이 되어 영화는 끊임없이 비명을 내지른다. 그런데 이상한 건, 누가 더 무서운지 모르겠다는 거다.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알파보다 종두가 더 잔혹하고, 괴물보다 도일이 더 위험해 보일 때도 있다. 감정 없이 학살하는 그 눈빛은… 진짜, 악몽처럼 남는다.
성동일은 늘 그렇듯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여기선 오대웅이라는 경찰인데, 절대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정의도 책임도 그에게 없다. 오히려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자기 목숨을 챙기는 사람. 나중에 그의 선택을 보면, 이 배에 탄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진다.
조연들도 꽤 빵빵하다. 박호산, 정소민, 고창석, 장영남, 손종학…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들이 짧게 등장해도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고창석과 정소민, 둘의 결말은 꽤 씁쓸하고 잔인해서 여운이 길다. 이 영화는 사람을 오래 괴롭힌다.
진짜로.
김홍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정말 ‘끝까지’ 간다. 수위도, 연출도, 주제도 한계 없이 밀어붙인다. 고어 장면은 영화적 미학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불쾌함을 강제로 안겨주기 위해 존재한다. 카메라는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가장 참혹한 순간까지 따라간다. 그게 이 영화의 무기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근데, 보다 보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 배 안에서 살아남는 게 과연 좋은 걸까?"
"살아남은 자는 인간일까, 괴물일까?"
답이 없다. 끝까지 봐도 남는 건 오히려 더 큰 혼란이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와도, 뭔가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 머리는 멍하고, 가슴은 묵직하다. 이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다. <늑대사냥>은 인간이 인간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잔혹한 리트머스 테스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이 배 안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