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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스타일은 강렬했지만 스토리는 난해했다

by 블립정보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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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과 액션이 뒤섞인 미스터리 느와르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리얼>, 무엇이 기대를 모았고 무엇이 아쉬웠을까

영화 <리얼>은 2017년 개봉 당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단연 김수현의 복귀작이자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그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했을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여기에 더해 설리, 성동일, 이성민 등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액션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가 가진 매력도 분명했다. 강렬한 분위기, 미스터리한 캐릭터, 화려한 액션까지. <리얼>은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영화가 실제로 공개된 후,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많은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다”, “복잡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도대체 어떤 점이 기대와는 달랐던 걸까?

이야기 구조, 흥미로운 시작과 혼란스러운 전개

영화의 시작은 꽤 흥미롭다. 성공을 눈앞에 둔 카지노 사업가 장태영. 그는 과거를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러던 중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한다. 도플갱어처럼 보이는 이 남자는 태영의 삶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오고, 현실과 환상이 뒤엉킨 채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설정은 사실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나와 같은 얼굴을 가진 누군가가 내 삶을 위협한다’는 건 누구나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소재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영화는 이 흥미로운 출발을 너무 복잡하게 풀어간다. 사건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고, 인물 간의 관계도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다 보니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 순간 이야기를 놓쳐버린다.
특히 이 영화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이중인격’ 요소가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장태영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와 닮은 남자가 주인공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반복되며 혼란이 가중된다. 영화가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더라면, 아니면 반대로 아주 대담하게 상징과 분위기에 집중했더라면 더 설득력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매하게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눈길을 끈 화려한 영상미, 그러나 과한 연출

<리얼>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렬한 영화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구성돼 있다. 붉은색, 보라색 같은 강한 색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조명과 카메라 워크에도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이 덕분에 영화는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화려함이 과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색감이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대사나 인물의 감정이 묻혀버리는 순간들이 있었고, 중요한 장면에서조차 영상미에만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마치, 무대 장치는 화려한데 정작 배우의 연기나 이야기의 흐름은 뒤로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장면에서는 ‘이 장면 정말 예쁜데, 그래서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각적 실험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기에 반가웠다. 하지만 그 실험이 영화 전체의 흐름과 맞물리지 못한 채 따로 노는 느낌을 줬던 건 분명 아쉬웠다.

김수현의 1인 2역, 연기력은 좋았지만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김수현은 한 사람이 두 인물을 연기한다. 장태영과 그와 닮은 남자. 말 그대로 1인 2역이다. 이는 배우에게도 도전적인 과제였고, 관객 입장에서는 두 배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요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기대만큼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았다.
두 캐릭터 사이의 말투나 행동, 분위기에서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이야기 구조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관객이 두 인물을 분리해서 인식하는 데 애를 먹는 장면들이 많았다. 김수현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캐릭터가 살아 있지 못했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지 못한 쪽에 가깝다.
설리나 성동일, 조우진 같은 배우들도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지 않아서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등장인물 각각이 어떤 사연을 지녔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설명되지 않다 보니 그저 배경처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액션보다 스타일, 장르적 정체성의 흔들림

<리얼>은 분명 ‘액션 누아르’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액션보다는 스타일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액션 장면은 짧고 강렬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 감정이나 서사가 담겨 있지는 않다. 그래서 액션이 끝나고 나면 공허하다.
누아르 영화는 보통 인물의 내면, 인간의 욕망, 갈등 같은 요소들이 깊이 있게 그려지는 장르다. 하지만 <리얼>은 그런 부분이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못했다. 결국 관객 입장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공감 없이 장면을 따라가기만 하게 된다.

실험은 의미 있었지만, 소통은 부족했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실험적인 영화’다.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감독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방식을 시도하려 했다. 그 점은 분명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실험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건 또 다른 영역의 문제다.
<리얼>은 아마도 한 번 보고 이해하기보다는 여러 번 반복해 봐야 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를 한 번 본 후 그 감정을 마음에 담고 극장을 떠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한 셈이다.

마무리하며: 아쉬움 속의 가능성

<리얼>은 완성도 면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그러나 그 시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안전한 길 대신 새로운 길을 택한 용기. 그 선택은 분명한 의미를 남긴다. 비록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한국 영화계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남을 수 있다.
결국 <리얼>은 보는 이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뉠 수 있는 작품이다.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서사에 집중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혼란만 남을 수도 있다.
영화는 실패했지만, 그 안에서 가능성은 분명히 보였다. 다음에는 이 실험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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