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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 전도연의 영화 '약속' 왜 다시 봐도 눈물이 날까?

by 블립정보 202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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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 여의사의 금기된 사랑 멜로 드라마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가슴 아픈 멜로의 정석, 영화 <약속>을 다시 꺼내보다

영화 <약속>을 처음 본 건 1998년. 박신양과 전도연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이 작품이었고, 멜로 영화에 이렇게 울컥하게 빠져들 수 있다는 걸 처음 느낀 영화였다. 당시 극장에서 봤을 때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앞자리, 뒷자리 할 것 없이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그땐 그냥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영화를 꺼내보니, 그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온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 이상으로, 삶의 무게나 책임 같은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 그들이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

<약속>의 시작은 다소 낯설다. 조직폭력배 보스 공상두와 병원 응급실 의사 채희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이질감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먼저 느껴진다. 상두는 겉으로 보기엔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 안에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 같은 게 있다. 희주는 그걸 본다. 처음엔 두려워했지만, 결국 그 안의 진심을 발견하고 마음을 열게 된다.

둘은 서로를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난다. 희주는 상두에게, 상두는 희주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고,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담겨 있던 그 시절의 사랑. 그래서일까. 그들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조차 유난히 애틋하게 느껴진다.

현실이라는 벽, 그 앞에서 무너지는 마음

하지만 둘이 사랑을 나눈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달라지는 건 아니다. 상두는 여전히 폭력과 위험이 넘치는 세계에 있고, 희주는 그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는 건 말로는 쉬워도,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영화는 너무도 잘 보여준다.

상두는 결국 선택한다. 자신보다 희주를 지키는 쪽을. 그리고 그 선택이 그들의 마지막이 되어버린다. 처음 봤을 땐 그저 슬펐다. 왜 이런 결말이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됐고,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상두가 택한 방식이 어쩌면 그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랑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법정에서의 마지막 대사,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이 대사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조직폭력, 폭행, 협박 같은 수많은 죄목 앞에서, 상두는 가장 큰 죄가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무거운 말이다. 그리고 지금 봐도 참 아프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영화 속 연기가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실제 인물이 고백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담담한 표정, 침묵 사이로 드러나는 감정. 박신양이란 배우의 진심이 거기 담겨 있었고, 그 진심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진짜 사랑처럼 느껴졌던 두 사람의 연기

<약속>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박신양과 전도연, 이 두 배우의 연기 때문이다. 상두는 단순한 조폭 캐릭터가 아니었고, 희주는 흔한 멜로 주인공이 아니었다. 두 사람 다 진짜 감정을 품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말없이 손을 잡는 장면, 울음 섞인 목소리. 모든 게 진짜였다.

특히 전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겁내는 마음,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그리고 사랑을 선택하는 장면까지. 정말 그 인물로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박신양 역시 거친 겉모습 속 감정을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 보였다. 억지스러운 연기가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감정이 어느 순간 터져 나오는 그런 연기였다.

영화가 아니라, 진짜 사랑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김유진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이란 결국 책임지고, 끝까지 감당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것,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다. <약속>은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그냥 슬픈 사랑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랑의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결국 함께하지 못했기에 더 깊은 울림이 남는 것 같다.

좋은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마음을 울린다

<약속>을 다시 보면서 느꼈다. 정말 좋은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감정이 퇴색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조금씩 더 겪을수록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더 깊이 와닿는다.

예전엔 슬퍼서 울었지만 지금은 이해가 돼서 울게 되는 그런 영화. <약속>은 그런 작품이었다. 단순히 멜로 영화라고 하기엔,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너무 진하고, 인물들의 선택이 너무 진심이라서.

아마 앞으로도 이 영화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오래도록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는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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