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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 영화 리뷰– 보고 난 후 기억나는 건 라쿠카라챠뿐

by 블립정보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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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에서 살아남는 이민자 이야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리뷰

도대체 국희는 언제 거물이 된 걸까?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처음에는 정말 기대가 컸다.
송중기라는 배우의 이름값도 있었고, 콜롬비아라는 낯선 공간, IMF 시기의 이민자 이야기라는 설정도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간다’는 서사 구조는, 그 자체로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있다.
근데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라? 뭔가 빠진 것 같은데?”
 
국희(송중기)는 IMF로 인해 모든 걸 잃고 가족과 함께 콜롬비아로 넘어온다.
아무 연고도 없이, 언어도 통하지 않고, 가진 것도 없는 상황.
영화는 이 낯선 땅에서 국희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초반에 잘 보여준다.
시장 뒷골목, 싸늘한 시선, 치열한 생존.
이런 현실적인 묘사는 꽤나 몰입도 있게 다가온다.
국희는 그렇게 박병장(권해효)이라는 인물을 만나고, 점차 ‘그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기대도 생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는 국희를 ‘보고타의 거물’로 만들어 놓는다.
진짜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정말 갑자기.
 
“도대체 언제 그렇게 된 거지?”
영화를 보며 가장 많이 떠오른 질문이었다.
어떻게 장사를 시작했는지, 어떤 계기로 힘을 키웠는지,
누구를 제치고 그 자리에 올랐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어떤 방식으로 변해갔는지도 없다.
우리는 국희가 무언가를 이뤄낸 결과만 본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그의 눈빛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성장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장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걸 통째로 날려버렸다.
그 결과, 관객은 그를 따라갈 이유를 잃어버린다.
 
더 큰 문제는 감정이다.
국희의 성공이 기쁘지도 않고, 몰락이 안타깝지도 않다.
그가 뭘 위해 달려왔는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모르니까.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국희’라는 캐릭터는 계속 멀게만 느껴진다.
배우 송중기의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확실히 변화를 주려는 시도는 보인다.
거칠고 절제된 톤, 감정이 꾹 눌린 눈빛.
하지만 결국, 그 감정이 터질 지점을 영화가 마련해주지 않으니
연기 자체도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연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박병장은 국희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이지만,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수영(이희준) 역시 마찬가지.
그와 국희 사이에 무슨 신뢰가 있었고,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없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는데,
정작 그 갈등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관객은 모른다.
마치 “이제쯤 갈등 하나쯤은 나와야지” 하는 식으로
스토리를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극이 점점 가벼워진다.
긴장도 없고, 감정의 무게도 없다.
무거운 주제를 갖고 시작했지만, 정작 마무리는 너무 가볍다.
무언가 뚝 끊긴 느낌이다.
 
그 와중에 영화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건
계속 반복되던 ‘라쿠카라차’ 멜로디였다.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그 멜로디만 기억에 남는 건
이 영화가 얼마나 이야기를 제대로 못 풀었는지를 반증하는 듯했다.
라쿠카라챠는 남았지만, 국희의 여정은 남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모호하고 흐릿하게 지나가 버린다.
 
결국, 이 영화는 아주 좋은 재료를 들고 와서 요리를 망친 케이스다.
콜롬비아라는 낯선 배경, IMF라는 시대성,
밑바닥 인생을 건 한 남자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잘만 엮였으면 정말 강렬한 작품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변화의 과정’을 통째로 생략했고,
그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감정의 몰입도,
이야기의 설득력도 모두 잃어버렸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시작은 좋았지만, 끝에 가서는 많은 걸 놓친 영화.
국희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그 끝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설명하지 않고
그냥 “여기까지입니다” 하고 스크린이 꺼진다.
다 보고 나면 딱 이런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게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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