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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리뷰 – 당신의 믿음은 진짜입니까?

by 블립정보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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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박목사, 믿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품들이 있다. 다 보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계속 생각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나한테는 <사바하>가 딱 그런 영화였다. 처음에는 그냥 오컬트 스릴러겠지 하고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이건 단순히 스릴러라고 하기엔 뭔가 더 깊은 게 있었다.
일단,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운이 있었고,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어둡고 음침한 느낌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특히 시골의 오래된 창고나 허름한 절 같은 공간들은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주더라. 장재현 감독이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런 느낌을 잘 살렸는데, 이번에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정말 탁월하게 만들어냈다.
 
박목사라는 인물도 인상적이었다. 신흥 종교를 조사하는 극동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인데, 이런 캐릭터는 처음 봤다. 단순히 종교를 비판하거나 신비한 사건을 쫓는 게 아니라, 종교 안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 탐욕 같은 걸 파헤치는 인물이었다. 이정재가 연기한 박목사는 까칠하면서도 묘하게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고, 덕분에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정나한, 이 인물은 정말 흥미로웠다. 처음엔 그냥 정비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그가 가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휘몰아쳤다. 박정민이 이 역할을 맡았는데, 그의 눈빛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이 너무 생생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끝까지 알고 싶게 만들었다. 영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만든 인물이었다.
 
쌍둥이 자매 금화 이야기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다리가 기형인 채 태어나서 세상과 멀어진 채 살아가야 했던 그녀. 대사가 많지도 않았지만, 표정과 눈빛 하나로 모든 걸 말해주는 이재인이라는 배우가 정말 인상 깊었다. 금화가 겪는 슬픔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서, 보는 동안 가슴이 답답할 정도였다.
 
이 영화가 다루는 건 단순한 종교 이야기나 스릴러가 아니었다. 인간의 욕망, 신앙, 믿음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툭 던져놓고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도 그냥 악으로만 묘사되지 않아서, 종교라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왜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 의지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실 오컬트 영화라고 해서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은근하게 스며드는 불안감과 묵직한 질문들이 나를 계속 붙잡아 두었다.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잘 풀려 있어서, 복잡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런 점이 이 영화의 힘이었던 것 같다.
 
특히 후반부 반전은 정말 예상 못 했다. 단순히 놀라게 하려는 반전이 아니라,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선과 악, 신과 인간,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강렬한 반전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냥 한 편 재미있는 영화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도, 며칠이 지난 후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계속 생각났다. 나한테 이렇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다시 보면 또 다른 부분들이 보일 것 같은 그런 영화였다.
 
감독 장재현이 인터뷰에서 "정보는 짧게, 감정은 길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걸 설명하지 않았고, 대신 인물들의 감정을 깊이 있게 따라가게 만들었다.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서, 관객인 나도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정재와 박정민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재인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정말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연기를 보고 있다기보다는 실제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사바하>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오락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닌 영화, 그리고 나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 영화. 그래서 <사바하>는 내게 오래도록 남을 영화가 됐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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