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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기 리뷰 – 팬데믹 시대를 앞서간 재난영화

by 블립정보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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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확산 재난 영화 속 혼란한 도시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전염병이 덮친 도시, 모두가 고립됐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는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장혁과 수애가 주연을 맡은 재난 영화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그저 상상 속 재난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는 이 영화를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이야기는 경기도 분당에서 시작된다. 밀입국한 외국인들이 몰려 있는 컨테이너촌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이 바이러스는 단 하루 만에 도시 전체로 퍼진다.
기침 몇 번 하던 사람이 쓰러지고, 순식간에 사망한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지만, 전염력과 치사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병원은 감염자들로 아수라장이 된다. 보건 당국은 통제를 시도하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정부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기로 결정한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평범한 일상이 붕괴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상상을 그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현실을 지나왔다.

혼란 속에서 마주한 두 사람

영화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구조대원 '지구'(장혁)와 감염병 전문의 '수연'(수애). 두 사람은 이전에 짧은 인연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재회한다.
지구는 혼란에 빠진 도시를 누비며 사람들을 구하고, 수연은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막아내려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수연의 어린 딸 ‘미르’가 감염 의심자로 분류되면서 상황은 훨씬 더 절박해진다.
수연은 의사로서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동시에, 아이를 지키고 싶은 엄마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를 지구는 묵묵히 돕는다. 구조대원이란 직업을 넘어선,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그에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람’으로서 서로를 지키려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진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무력감보다는 선택으로 움직이는 이 두 인물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된다.

조연들의 진짜 힘

이 영화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데는 조연들의 공도 크다. 유해진, 마동석, 차인표, 이희준. 각자의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제 몫을 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유해진은 차분하면서도 인간적인 인물로 등장해 묵직한 감정을 전하고, 마동석은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통해 재난 상황 속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차인표는 정부 고위 관료로서 등장해 ‘권력’이 위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 배우들의 존재는 영화 속 재난을 허구로만 느끼지 않게 만든다. 화면을 보는 관객마저 그 안에 끌어당긴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의 반응’

<감기>는 전염병의 확산만을 그리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진짜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퍼지는 공포와 불신이다.
감염된 사람은 외면당하고, 백신에 대한 정보는 통제되며, 시민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낸다. 누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누구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만은 살아남으려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인간의 본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재난은 사람을 시험에 들게 만들고, 그 속에서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수연처럼, 지구처럼.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코로나19를 지나온 지금, <감기>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마스크 대란, 거리 봉쇄, 의료진의 고군분투, 정보 부족에 따른 혼란… 그때는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직접 겪은 현실이다.
이 영화를 보면 기시감이 든다. 뉴스에서 봤던 화면이 떠오르고, 마트에서 마스크 사려고 줄 서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야 한다. 단지 잘 만든 재난 영화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영화는 끝까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수연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지구는 끝까지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그들의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모습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감기, 기억에 남는 이유

<감기>는 전염병을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혼란 속에서 무너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지키려는 마음을 놓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재난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이렇게 끝까지 사람을 중심에 두는 영화는 흔치 않다. 그래서 <감기>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바이러스가 무서운가, 아니면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그 순간이 더 무서운가. 그리고 동시에 말한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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