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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라인 리뷰 작업 대출, 그 선을 넘는 순간의 이야기

by 블립정보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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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라인 포스터 – 임시완,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 출연, 작업 대출을 소재로 한 범죄 드라마

 

각자의 욕망이 엮인 팀, 그들의 이야기


왜 이 영화가 나를 이렇게 붙잡아 두었을까.
처음엔 그냥 영화 한 편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화면 속 인물들의 눈빛, 말투,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 하나하나가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세상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엔가 나도 저 틈 사이에 서 있었던 것만 같았다.
이민재가 처음으로 가짜 서류를 받아 들고
은행 창구에 앉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손에 땀이 났다.
이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왠지 모르게, 성공하길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그 한 장의 서류가
민재의 삶을 바꾸는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선택이 무작정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이민재’라는 이름은 특별하지 않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어느 누구일 수도 있고
어쩌면 과거의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뭔가 하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현실은 숨 막히게 빠르게 돌아가고
그 안에서 계속 버티기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도, 방향도 흐려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이 한 줄만 쓰면 돼요”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흔들릴 수 있을까.
<원라인>은 그 질문을 노골적으로 던지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이 행동하는 방식을 통해 아주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는 욕망을 위해
각기 다른 이유로 같은 ‘선’ 위에 올라선다.
그리고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결코 특별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진구가 연기한 장석구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능글맞고, 상황을 즐기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무게가 있다.
이미 수많은 일을 겪은 사람만이 지닌 피로감 같은 게 있다.
그가 민재에게 보여주는 태도는 단순한 멘토링이 아니다.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다시 한번 살아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민재가 점점 이 판을 장악해 나갈수록
장석구의 표정엔 묘한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그 눈빛 하나로도 그의 과거가 짐작된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은 점점 어떤 질문을 받게 된다.
“너라면 어땠을까”라는 조용한 목소리.
화려한 사기극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건 생존과 타협, 그리고 갈등이다.
우리는 늘 정의와 원칙을 말하지만
막상 삶의 끝에서 누군가 손을 내민다면
그 손을 잡지 않을 자신이 얼마나 있을까.
이 영화가 대단한 건
그런 복잡한 감정들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저 하나씩 보여주기만 한다.
그저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선택을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그 상황을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다 보고 나면 마음속에 뭔가 뭉클하게 남는다.
단순히 ‘재밌었다’고 정리할 수 없는
어딘가 찝찝하고, 동시에 이해되는 묘한 감정.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하루 이틀이 지나고도 나는 계속 이 이야기가 맴돌았다.
뉴스에서 누군가 대출 사기로 잡혔다는 기사를 봤을 때
예전엔 ‘나쁜 놈’이라며 퉁명스럽게 넘겼던 일이
이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도 어쩌면, 누군가의 민재였을까.
그 사람의 장석구는 누구였을까.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에는 ‘선’ 앞에 서게 된다.
넘지 않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때론 모른 척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라인>은 그 선이 절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선을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현실의 온도를 조용히 보여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원라인>은 정말 많은 걸 담고 있는 영화였다.
범죄극으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건 결국 사람이고, 사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지도 모른다.
그저 한번 보고 잊을 영화가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생각나고, 다시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
아무래도 나는 이 영화를 꽤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하게 될 것 같다.
“너, 이 영화 봤어?”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아마도
‘나랑 같은 감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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