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9 스승을 이겨야 진짜가 된다 – 영화 〈승부〉 조용한 전쟁이 시작됐다 – 영화 〈승부〉를 보고사람이 사람을 이겨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순간이 있다.하지만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스승이라면, 그 승리는 과연 기쁨일까, 고통일까.영화 〈승부〉는 바로 그 복잡하고 모순된 마음을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 사이의 깊은 감정과 세대의 교차를 묘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건드린다.그리고 나처럼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조차 어느새 돌 하나, 수 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그 조용한 긴장감이 화면 너머로 흘러나온다.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바둑이란 소재가 영화로 얼마나 흥미롭게 풀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고게다가 요즘처럼 자극적이고 빠른 장면 전환에 익숙한 관객들이 과연 이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을지도 .. 2025. 5. 14. 야차 – 정의란 이름의 전쟁, 살아남은 자들의 진짜 이야기 야차 – 정답 없는 세상에서 서로를 마주보는 순간영화를 고를 때 나는 종종 기대를 최대한 낮춘다. 그래야 덜 실망하고, 어쩌다 좋은 영화라도 만나면 그 감동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야차〉도 그랬다. 설경구와 박해수, 두 배우의 이름만 보고 그냥 틀어본 영화였다. 아무런 정보 없이 시작했다. 근데 참 이상했다. 초반부터 자꾸만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스릴러나 액션이라기보다는, 마치 도망칠 수 없는 질문에 끌려가는 기분. 그 질문은 명확했다. '정의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검사다. 박해수가 연기한 ‘한지훈’. 딱 봐도 원리원칙, 그 자체다.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하고, 법대로 해야 하고,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는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본다... 2025. 5. 7. 〈곤지암〉 –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진짜 공포, 왜 거기 가면 안 되는가?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 다시 마주한 영화 〈곤지암〉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혼자 방 안에서 불 끄고 이어폰 끼고 재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화면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마자 느껴졌던 그 묘한 기운.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 근처도 검색해 보고, 다른 사람들이 남긴 체험담을 읽으며 혼자 괜히 겁먹곤 했다. 영화 〈곤지암〉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그 안엔 리얼함이라는 이름의 이질적인 무언가가 스며들어 있다.사실 이 영화의 설정 자체는 뻔하다. 공포 체험을 하겠다며 폐병원에 들어간 유튜브 크루가 하나둘 이상한 일을 겪고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는 내용.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그 뻔한 서사를 정말 기가 막히게 ‘진짜처럼’ 보여준다는 데 있다.이건 연기가 아니다 – 리얼함의.. 2025. 5. 6. 〈분홍신〉 –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순간, 저주는 시작된다 분홍 하이힐이 남긴 공포, 그 안에 숨겨진 욕망의 그림자어릴 적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 ‘빨간 구두’가 떠올랐다. 예쁜 구두 하나로 인해 멈출 수 없이 춤을 추게 되는 소녀의 이야기. 예쁘고 화려한 것에 매혹된 대가는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영화 〈분홍신〉도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 단지 조금 더 잔인하고 조금 더 현실적이며 무엇보다도 ‘진짜 무섭게’ 다가온다.〈분홍신〉은 김용균 감독이 연출한 2005년작 한국 공포영화다. 여름 시즌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100만 관객을 넘기며 꽤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슬래셔물이 아닌, 무언가 더 깊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지금 다시 봐도 꽤나 신선하다. 무엇보다도 김혜수가 공포영화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시엔 큰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2025. 5. 5. 공작 리뷰 – 실화 기반 첩보극의 정수, 말로 싸우는 냉전 시대의 진실 영화 〈공작〉 리뷰 — 침묵 속에서 벌어진 가장 뜨거운 전쟁가끔은 조용한 영화가 더 오래 남는다.처음 〈공작〉을 보기 전엔 그런 생각을 못 했다. 첩보 영화라길래 당연히 총격전, 추격신, 스파이 액션 같은 걸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이렇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그 침묵과 절제 속에 담긴 이야기의 깊이에 압도당했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흑금성’ 이야기이 영화는 1990년대 실존했던 대북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그는 정보사 출신 장교였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지금의 국정원)로 스카우트되어 북한의 핵 개발 실태를 알아내는 임무를 맡았다.‘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위장 사업가가 되어.. 2025. 4. 30. 사바하 리뷰 – 당신의 믿음은 진짜입니까? 박목사, 믿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다영화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품들이 있다. 다 보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계속 생각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나한테는 가 딱 그런 영화였다. 처음에는 그냥 오컬트 스릴러겠지 하고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이건 단순히 스릴러라고 하기엔 뭔가 더 깊은 게 있었다.일단,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운이 있었고,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어둡고 음침한 느낌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특히 시골의 오래된 창고나 허름한 절 같은 공간들은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주더라. 장재현 감독이 전작 에서도 그런 느낌을 잘 살렸는데, 이번에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2025. 4. 22.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