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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리뷰 – 당신의 믿음은 진짜입니까? 박목사, 믿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다영화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품들이 있다. 다 보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계속 생각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나한테는 가 딱 그런 영화였다. 처음에는 그냥 오컬트 스릴러겠지 하고 가볍게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이건 단순히 스릴러라고 하기엔 뭔가 더 깊은 게 있었다.일단,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운이 있었고,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어둡고 음침한 느낌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특히 시골의 오래된 창고나 허름한 절 같은 공간들은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주더라. 장재현 감독이 전작 에서도 그런 느낌을 잘 살렸는데, 이번에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2025. 4. 22.
1933년, 조국을 위한 침묵의 작전이 시작됐다 영화 암살 리뷰 《암살》 –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묻혀버린 이야기영화 《암살》을 처음 본 건 개봉 당시였다. 사람들이 “재밌다”, “전지현 연기 잘하더라” 이런 말들을 많이 해서 보러 갔었는데, 사실 그땐 그냥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년이 지나고 다시 봤을 때는 마음에 더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처음엔 액션에 눈이 가고, 두 번째는 인물들이 보이고, 그다음엔 그들이 살았던 시대가 보인다.어떤 삶은 기록되지 못했다는 사실《암살》은 193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총독부의 고위 장성과 친일파 암살을 지시받은 임시정부 요원이 독립군 세 명을 불러 모으고, 암살 작전을 실행해 나가는 이야기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게 줄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2025. 4. 20.
사람이 더 무서운 영화, 〈이끼〉를 다시 보다 영화 〈이끼〉를 보고 – 침묵과 공포가 자라는 마을에서한동안 마음이 허할 때면 오래된 한국 영화를 찾아보곤 한다. 번쩍이는 CG나 빠른 전개보다는, 느리고 묵직하게 마음을 흔드는 이야기들이 가끔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이끼〉(2010)는 나에게 오래도록 남을 경험이었다. 처음 봤을 땐 묘하게 찝찝하고, 다시 봤을 땐 묵직한 한숨이 났다. 영화는 스릴러지만, 보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스릴보다는 분노, 안타까움, 자괴감 같은 감정들이 밀려왔다.처음에는 그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으로 시작된다. 유해국(박해일)은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오랜만에 시골 마을을 찾는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어딘가 수상하고, 이장 천용덕(정재영)은 어딘가 믿음직하면서도, 동시에 위협적.. 2025. 4. 18.
〈반도〉 리뷰 – 살아남은 자들의 싸움, 그 끝에 남은 것 반도 —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 후에 남겨진 사람들다시 생각해 보면, 그건 그냥 좀비 영화가 아니었다.처음엔 그랬다. 〈반도〉라는 제목을 보고, ‘아 부산행 후속이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측했다.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사람들은 비명 지르며 도망치고, 몇몇은 죽고, 몇몇은 살아남는 이야기. 거기까지. 하지만 막상 보고 나면… 생각보다 마음 한편이 오래 남는다. 이상하리만치.이야기는 〈부산행〉 이후, 4년 후의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는 이미 한국을 포기했고, 그 땅은 그냥 고립됐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고, 아무도 구하지 않는다. 그저 남겨진 채 버려진 땅. 그리고 거기 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한 남자. ‘정석’.강동원이 연기한 정석은 사실 영웅도 아니고, 위대한 사람도 아니다. .. 2025. 4. 16.
원라인 리뷰 작업 대출, 그 선을 넘는 순간의 이야기 각자의 욕망이 엮인 팀, 그들의 이야기왜 이 영화가 나를 이렇게 붙잡아 두었을까.처음엔 그냥 영화 한 편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시간이 갈수록 화면 속 인물들의 눈빛, 말투,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 하나하나가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세상 이야기인데어느 순간엔가 나도 저 틈 사이에 서 있었던 것만 같았다.이민재가 처음으로 가짜 서류를 받아 들고은행 창구에 앉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손에 땀이 났다.이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그 순간만큼은 왠지 모르게, 성공하길 바라고 있었다.어쩌면 그 한 장의 서류가민재의 삶을 바꾸는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그의 선택이 무작정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다.‘이민재’라는.. 2025. 4. 15.
영화 <터널> 리뷰 하정우의 생존 연기, 김성훈 감독의 묵직한 메시지 “그 안에 있는 건 단순한 생명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이었다”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입은 닫혔고, 마음은 묘하게 먹먹했다.그냥 어깨가 축 처진 채, 한참을 가만히 걷기만 했다.이라는 영화는 그렇게 조용하게, 하지만 묵직하게 마음을 건드린다.처음에는 단순한 재난 영화라고 생각했다.터널이 무너지고, 사람이 갇히고, 그를 구하려는 구조대가 애쓰는 이야기쯤으로 여겼다.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틀에서 훨씬 더 멀리 나아간다.주인공 이정수, 하정우가 연기하는 이 남자는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누구나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이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그가 딸 생일날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가던 길, 터널이 무너진다.그냥 그렇게 시작된다.별다른 ..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