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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리뷰 – 한 남자의 인생에 한국 현대사가 담겨 있었다 천만 영화 ‘국제시장’, 가족이란 단어 앞에서 울컥한 이유영화 "국제시장"을 다시 꺼내보게 된 건, 어느 날 아버지의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발견하면서였다. 작업복을 입고, 먼지 묻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그 웃음 속에는 말 못 할 세월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영화는 마치 그 사진 속 한 장면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니다. 덕수라는 한 남자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시간들을 하나씩 되짚게 만든다. 황정민이 연기한 덕수는 내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버지 같은 인물이다. 억척스럽고, 말은 없지만 책임감 하나로 버티는 그런 사람. 영화 초반, 흥남철수 장면에서 어린 덕수가 아버지 손을 놓치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먹먹해진다.. 2025. 4. 2.
치외법권, 진짜 또라이 형사들이 온다? 임창정·최다니엘의 코믹 액션 통쾌하네! 영화 리뷰“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정의는 가능할까?” 처음엔 그냥 웃기고 가벼운 형사물이라고 생각했다. 임창정과 최다니엘의 조합이면, 적당히 유쾌하고 액션도 좀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은 예상보다 훨씬 더 묵직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어두운 분위기로 몰입시킨다. 낡은 골목, 침묵하는 사람들, 경찰도 들어가길 꺼리는 공간. 바로 이 영화의 핵심 무대이자 상징인 ‘치외법권’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해결 이야기가 아니다. 눈앞에서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시스템이 무너지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법이 있지만 법이 작동하지 않는 공간. 그 안에서 두 형사가 등장한다. 이정진(임창정)은 거칠고 직선적이며 본능으로 움직인다. 조유민(최다니엘)은 원칙을 중시하고 절차를 따지려 한다. 처음엔 너무 달.. 2025. 3. 31.
넷플릭스 <계시록> 리뷰 믿음과 광기의 경계에서 끝없이 흔들리다 상호 감독의 – 믿음이라는 이름의 광기, 혹은 구원넷플릭스를 켰다가, 우연히 이라는 제목을 봤다. ‘연상호 감독’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류준열과 신현빈, 그리고 신민재라는 익숙한 얼굴들이 함께하니 자연스럽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나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손에 들었던 컵은 어느새 미지근해졌고, 화면은 끝났는데도 머릿속은 여전히 영화 속에 남아 있었다. 은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믿음을 가진 세 인물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흔히 볼 수 있는 스릴러나 수사극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종교와 인간 본성, 신념과 광기, 구원과 심판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를 묻는 영화가 아니라, ‘믿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 2025. 3. 30.
전란 리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이 그려낸 진짜 전쟁의 얼굴 전란 - 혼란의 시대전쟁 영화라고 해서 처음부터 총칼이 휘두르고 포성이 터지는 건 아니었다. 김상만 감독의 영화 은 아주 묘하게 시작한다. 뭔가 불안한 기운이 가라앉은 풍경. 조용하고 느린 호흡. 그런데 그게 더 무서웠다. 곧 무언가 커다란 것이 무너질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정말 그 무너짐은 사람의 마음부터 시작됐다.강동원이 연기한 ‘천영’은 전쟁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인물이었다. 처음엔 그저 충직한 무사 같았다. 나라를 위해 칼을 들고,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사람. 그런데 영화가 조금씩 진행될수록, 그의 눈빛이 변해간다. 충성심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분노와 상처 같은 것들이 얼굴에 떠올랐다. 그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이미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죽었다 살.. 2025. 3. 27.
늑대사냥 줄거리부터 충격 포인트까지 역대급 수위, 볼 사람만 봐라 "여긴 바다 위 지옥이다" – 영화 리뷰 처음엔 그냥 잔인한 탈옥 영화인 줄 알았다. 배 안에서 범죄자들이 폭주하고, 경찰들이 무력하게 무너지는, 그런 류의 한국형 스릴러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 . 중반부터 아예 다른 영화가 되어버린다. 말 그대로 미쳐버린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태국에서 한국으로 흉악범들을 이송하는데, 비행기가 아닌 배를 쓴다. 이유? 항공 수송이 불가능해졌고 언론 노출도 피하고 싶어서. 그래서 사람들은 모른다. 바다 한가운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근데 그 배 안에는, 그냥 범죄자들만 탄 게 아니다. 인간이 만든, 인간이 감당 못할 무언가도 함께 실려 있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죄수들은 대부분 개성과 폭력성을 한가득 안고 있었고, 경찰들은 그들을 감시하며 팽.. 2025. 3. 26.
영화 밀수 리뷰 김혜수 염정아 투톱 연기의 진가 바닷속 밀수품보다 더 무거운 이야기영화 〈밀수〉 리뷰: 생존과 불법 사이, 경계에 선 사람들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큰 기대 안 했다. ‘밀수’라는 제목부터가 너무 뻔해 보여서. 또 조폭 나오고, 액션 나오고, 뒤통수 맞는 배신 같은 걸로 한 시간 반 채우겠지 싶었다. 근데 막상 보고 나니, 그 생각이 완전 틀렸단 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묵직하고, 오래 남는 영화였다.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이건 결국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선택이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바다에서 숨 참고 물질하던 해녀들이 있다. 너무도 조용히, 그러나 너무도 치열하게 살아갔던 그들의 인생이 여기선 주인공이 된다.평범한 해녀가 밀수꾼이 되.. 2025. 3. 24.